한국 정부, 거액 챙겨 잠적한 60대 한인 계주 내사 검토
12일 오전 9시50분 경찰 관계자 내사 코멘트 업데이트 경찰본청, 사건 인지 확인…미 수사 상황 참조 5일 밤 미국 출국 후 한국 잠입 추정 증언 나와 “피해자 30-60명, 피해액 300만-400만 불” 한국 수사기관이 애틀랜타에서 터진 300만-400만 달러 규모의 곗돈 횡령 의혹 사건을 인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정부는 필요에 따라 내사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11일 서울에 있는 경찰본청에 따르면 한국 경찰은 애틀랜타 한인 계주 윤창호(64)씨가 한국으로 잠입한 정황에 대해 사실 확인을 벌이면서 내사 착수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씨의 출입국 기록을 들여다보는 한편, 제3국 체류 또는 한국의 모처에 은신했을 가능성에 대해 사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한국 경찰은 윤씨의 입국이 확인되면, 액수가 큰 만큼 한국 전역을 대상으로 지명수배를 내린다는 방침이다. 또 용의자가 미국 시민권자인 점을 고려해 미국 수사기관의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미국과의 공조 차원에서 필요시 인터폴 적색수배 가능성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과 피해자들에 따르면 윤씨는 대부분 애틀랜타 한인인 계원들의 돈을 챙겨 지난 5일쯤 메릴랜드주를 경유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윤씨가 단순한 국외 여행 중 실족 또는 사고에 의해 연락이 끊겼을 가능성에 대해 본지와 접촉한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부인하고 있다. 미국 시민권자인 윤씨가 출국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 이전에 살고 있는 주택과 개인 소유 차량을 모두 처분한 뒤 현금으로 바꿨으며, 값비싼 가재도구는 이삿짐을 통해 국외로 반출한 것으로 피해자들은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가 윤씨의 핸드폰 번호로 전화하자 ‘없는 번호(not in service)’라는 음성 안내가 들렸다. 윤씨의 연락 두절로 계원들의 목돈 마련의 꿈은 산산조각 날 처지가 됐다. 거액의 곗돈 횡령 소식에 애틀랜타 한인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수년 전 곗돈 불어나며 ‘큰 손’ 행세 = 피해자들에 따르면 윤씨는 7-8년 전부터 작은 규모로 이자놀이를 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한 피해자는 “1만 달러를 융통하고 1할, 1000달러를 이자로 받곤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약 5년 전부터 곗돈의 총액이 늘어나며 애틀랜타에서는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돈을 굴리며 융통했다는 전언이다. 윤씨는 계원들이 1-3만 달러부터 5만, 10만 달러의 돈을 맡긴 계모임을 관리해왔다고 한다. 전체 계원은 30-40명이라는 증언과 50-60명이라는 엇갈린 증언이 있다. 30-40명이라는 피해자는 5만 달러짜리 4-5개를 윤씨가 관리했으며, 한 계좌에 25명 정도가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피해자는 전체 계원이 60명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원들은 대부분 메트로 애틀랜타 지역에 거주해온 주부, 직장인, 은퇴 시니어 등 다양한 직업군에 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들이 전하는 윤씨의 출국 전 행각을 보면, 그가 치밀하게 사전 도주를 계획했음을 엿보이게 하는 정황들이 발견된다. 우선 매월 25일 대체로 꼬박꼬박 계원들에게 곗돈을 지급해 온 것과 달리, 지난달 25일에는 수혜자가 없었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돈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며 기한을 넘겨 11월에 이르렀다는 전언이다. 윤씨가 미국을 떠나기 직전 시점으로 추정되는 5일 오후 2시쯤 애틀랜타 한인촌 둘루스의 한 시중은행에서 그가 돈을 어디론가 송금하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목격했다는 진술이 나오고 있다. 또 곗돈 지급일이 미뤄지자 불안감을 느낀 한 피해자가 윤씨의 집을 찾아갔을 때, 집에 가재도구가 없이 비워졌으며, 이때부터 국외 도주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그의 전화는 이달 7일까지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갔었다고 한다. 11일 현재는 ‘없는 번호’로 돼 있다. ▶피해자 측 “떼인 돈 많게는 400만 달러 달할 것” = 피해자들은 피해 규모가 애틀랜타 사상 최대 규모라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한 피해자는 “300만 달러를 훌쩍 넘겨 400만 달러 가까이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유령 회원들을 제외하면 300만 달러를 넘는 정도로 본다”고 했다. 약속 날짜를 대체로 지켜온 것으로 전해진 윤씨가 갑자기 곗돈을 갖고 달아났다는 데 대해 계원들은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복수의 피해자들은 그가 돌변한 계기로, 올봄 계원 중 한 명인 리커스토어 한인 업주가 30만 달러씩 두 개 매장을 판매한 돈을 불입한 것을 꼽았다. 한 피해자는 “60만 달러가 목돈으로 들어오자 윤씨가 돌변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계원으로 한때 참여했던 윤씨 지인에 따르면 “언제부터 돈을 갖고 달아날 생각을 했는지는 몰라도 (리커스토어 목돈을 받은) 7개월 전 큰돈을 수중에 넣고부터 돈을 떼먹을 생각을 했을 수 있다”고 짐작했다. 이 지인은 올해 들어 2년 2개월짜리 계의 만기일에 목돈을 받아 직접 피해를 당하진 않았다고 했다. 당시 정황을 아는 이들에 따르면 윤씨는 리커스토어 한인 업주와 친분을 쌓는 데 공을 들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한인은 “60만 달러가 나오려 하는데 하루 이틀 업주에게 공을 들이진 않았을 것”이라며 “릴낚시도 함께 다니며 신뢰감을 주다 보니 큰돈을 윤씨에게 맡긴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윤씨의 잠적 사건과 관련해 레스토랑 직원들의 피해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A’(영문 이니셜과 무관) 한식당과 ‘B’ 한식당 종사자 중에 많게는 10만 달러를 떼였다는 피해자 진술이 나오고 있다. 두 자매가 합쳐 25만 달러 안팎의 피해를 본 사례도 제보되고 있다. 또 유방암 환자 피해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는 지난 9월 말 출국해 10월 15일까지 한국을 다녀온 것으로 파악된다. 이 기간 윤씨는 암 치료 차 한국에 체류 중인 C씨(66)와 함께 VIP 여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모임에선 우수 불입자에게 여행 상품권을 제공하기도 한다. 당시 여행 사실을 전해 들은 한 피해자는 “윤씨가 ‘누님’이라 부르며 (환자)계원을 융숭하게 대접한 것으로 안다”며 “한국에 있는 환자 여성은 지금 치료비를 마련하지 못해 병세가 악화할 정도”라고 전했다. ▶피해자들, 여성 송모씨 개입 의혹 제기 = 복수의 피해자들은 윤씨와 사실상 혼인 관계를 가져왔다는 여성 송모(54)씨가 가담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본지는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못했다. 본지는 송씨의 핸드폰으로 전화했지만 역시 윤씨처럼 ‘없는 번호(not in service)’라는 음성 안내가 나왔다. 통상의 곗돈 횡령 사건에서 달아난 계주가 차명으로 건물을 매입하면, 다시 부동산을 저당 잡혀 융자를 받아 가로채는 수법이 사용돼왔다. 이에 따라 피해자들은 떼인 애틀랜타 한인 계원들의 돈이 세탁됐을 개연성을 제기하며 낙담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편 미씨USA에는 윤창호씨와 송씨의 사진이 올라와 있다. 글쓴이는 “타주에 있는 사람들까지 합치면 애틀랜타 최대 규모의 희대의 사기극”이라며 윤씨의 소재를 아는 이들에 제보를 당부했다. 허겸 기자